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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건너는 다리는 퍽이나 다양한 편이다. 이 가운데 맑고 깊은 계곡물을 건너기 위해서 궁륭형(躬隆形 : 시위를 당기는 활 모양으로 둥글고 하늘 위의 무지개처럼 걸쳐 있는 모습)의 다리는 가장 아름답고 매우 정교한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흥국사의 다리는순천 선암사(仙巖寺)의 승선교(昇仙橋)와 함께 빼어난 적품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계곡물 양쪽을 뿌리 삼아 잘 다듬은 장대석(長臺石)을 짜 올리고 있는데, 모두 86개의 장대석을 각을 지게 짜 올려 반원(半圓)을 이루도록 서로 맞물려 스스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절묘한 구성을 하였다. 이러한 아치형 홍교의 짜임새는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니와 맑은 물 위의 반달 모양, 돌 아치의 원형미(圓形美)는 한국 돌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선암사의 숭선교보다는 둥근 맛에서 좀더 퍼진 맛이 있지만 전체가 이루는 곡선미는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다리 주위로는 자연석의 작은 돌들을 그냥 쌓아올려 아치형의 절구를 좀 더 튼튼하게 보완해주고 있어 다리의 면모를 한결 돋보이게 해주고 있다. 호예의 중심 머릿돌은 용머리를 새겨 돌출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의장은 다리의 격을 한결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앙적으로도 용이 불교에서 인식되는 것은 호법(護法), 호국(護國), 호민(護民)의 의미이므로 저 고통의 세계에서 불국(佛國)의 세계로 건너는 다리의 모든 중생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어 외형적이 아름다움과 함께 신앙적인 내용까지 생각했던 조상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홍예 중심 머릿돌에는 양 홍예 난간 부분에 귀면상(鬼面像)을 조각하고 있어 잡귀를 막아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했으니, 불국토에 이르고자 하는 중생들에 대한 지극한 자비정신을 느끼게 한다. 장대석 위로 거대한 판석(板石)을 올린 후 흙을 덮어 통행하는 사람과 짐의 무게를 거뜬히 지탱해 주도록 장치하였고 통행에도 편리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한 칸의 아치형 홍예다리는 결구수법이 정교할 뿐더러 자연의 수석과 돌의 결구가 이루는 인공적인 원형미의 조화는 한국 곡선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흥국사 입구를 장엄해 주고 다리의 편리성을 잘 살펴주고 있는 이 아치형 다리는 절의 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대개 임진왜란 직후에 소실되었던 사원을 복구할 때 이 다리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계특(戒特)스님이 주지를 할때이다. 기록에 의하면 흥국사는 임진왜란 때 숭군의 주둔사였기 때문에 철저히 일본군의 의해서 파괴되었다가, 1630년경부터 1800년대까지 계속 복구가 되는데, 홍교를 그 초기에 건립한 것으로 보아서 당시에 대단히 중요한 불사 중의 하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흥국사는 원래 일주문이 없고 [사적기]에 의하면 천왕문 아래 영성문(迎聖門)이 정문(正門)의 역할을 해왔는데, 이 영성문은 수박(나무로 시내를 건너질러 만든 다리)다리로서 성인(聖人)을 맞이하는 사상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홍교에서 세속을 떠나 이제 성인을 맞이하는 영성문을 통과하면 사천왕의 보호를 받는 불법의 세계에 들어옴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홍교는 세속과 불국토의 갈림길이며 흥국사의 불이문(不二門)이다. 80년대에 들어 대홍수로 한 번 붕괴되었으나 원형대로 다시 복구되었다.

화강석제로 높이 5.5m, 홍예구(虹霓口)의 너비 11.3m, 내면 너비 3.45m, 다리의 전체길이 40m이다.